“이제 노드스트롬 직원이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우리 회사의 목표는 바로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의 개인적인 목표와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목표를 가능한 한 높게 설정해 보세요. 반드시 목표를 달성해 내실 것으로 믿습니다. 이제 우리 직원으로서 행동해야 할 첫 번째이자 마지막 규칙에 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여러분 스스로 현명한 판단이라 생각하시는 대로 행동하세요. 다른 규칙은 없습니다. 혹시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라도 윗사람에게 물어보세요. 과장이나 팀장, 본부장, 사장 누구에게라도 망설이지 말고 항상 물어보세요.”
미국의 백화점 노드스트롬(Nordstrom)의 고객만족 규정이다. 노드스트롬은 메이시(Macy), 블루밍데일즈(Bloomingdales), 니만 마커스(Neiman Marcus) 등의 일류 백화점들도 노드스트롬 백화점의 서비스 지향적인 전략에 대해서는 고객서비스의 벤치마킹 요청을 가장 많이 받는 회사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고객만족 규정이라곤 위에 있는 것이 전부다.
노드스트롬은 직원들에게 고객 서비스의 세세한 규칙이 아닌 방향만을 제시함으로써 직원들이 자율성을 가지고 고객을 대하도록 한다고 한다. 즉 ‘고객 감동’이라는 창발성을 직원들이 고객 대응의 여러 우연한 상황을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권장하는 문화 속에서 발현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한다. 포춘이 선정하는 근무여건이 가장 좋은 직장으로도 선정된 바 있는 구글(Google)도 업계 리더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직장의 개념을 일하는 놀이터로 변모시킨데서 찾는 이도 있다. 구글은 직원이 점심시간을 밖에서 3시간 보내도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고 한다. 이미 구내식당과 호텔식 카페테리아 운영, 아무때나 잠을 자고 휴게실에서도 회의를 하고 심지어 20% time rule 이라고 해서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일과 무관한 일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노드스트롬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틀을 벗어나지만 않으면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우연적 상황을 장려함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발할 수 있는 조직 분위기를 이끌어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프리 페퍼Jeffrey Pepper 스탠퍼드 조직행동학과 교수도 “우수한 구글의 근무환경과 기업문화는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구글의 성공을 자극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 바 있다.
위 기업들로부터 공통적으로 끌어낼 수 있는 점은 우연을 통제하지 않는 조직문화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의 저자는 무질서 속에서 새로운 종류의 질서가 스스로 조직될 수 있다는 점을 흰개미들의 분업화된 사회에서 관찰하였고 이러한 하위계층, 부분에서의 특성이나 행동이 전체에서 갑작스럽게 불쑥 나타는 현상을 ‘창발성 Emergence’라고 소개한 바 있다. 창발성은 국제사회, 지역사회, 기업, 학교, 동호회 등 살아있는 모든 네트워크가 나타낼 수 있는 특이한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창발성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사전 조치에 따라 계획적으로 발현되는 것이 아닌, 우연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뜻하지 않게 출현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