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008의 보관물

우연을 통제하지 않는 조직문화

12월 30, 2008

“이제 노드스트롬 직원이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우리 회사의 목표는 바로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의 개인적인 목표와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목표를 가능한 한 높게 설정해 보세요. 반드시 목표를 달성해 내실 것으로 믿습니다. 이제 우리 직원으로서 행동해야 할 첫 번째이자 마지막 규칙에 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여러분 스스로 현명한 판단이라 생각하시는 대로 행동하세요. 다른 규칙은 없습니다. 혹시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라도 윗사람에게 물어보세요. 과장이나 팀장, 본부장, 사장 누구에게라도 망설이지 말고 항상 물어보세요.”

미국의 백화점 노드스트롬(Nordstrom)의 고객만족 규정이다.  노드스트롬은 메이시(Macy), 블루밍데일즈(Bloomingdales), 니만 마커스(Neiman Marcus) 등의 일류 백화점들도 노드스트롬 백화점의 서비스 지향적인 전략에 대해서는 고객서비스의 벤치마킹 요청을 가장 많이 받는 회사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고객만족 규정이라곤 위에 있는 것이 전부다.

노드스트롬은 직원들에게 고객 서비스의 세세한 규칙이 아닌 방향만을 제시함으로써 직원들이 자율성을 가지고 고객을 대하도록 한다고 한다. 즉 ‘고객 감동’이라는 창발성을 직원들이 고객 대응의 여러 우연한 상황을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권장하는 문화 속에서 발현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한다. 포춘이 선정하는 근무여건이 가장 좋은 직장으로도 선정된 바 있는 구글(Google)도 업계 리더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직장의 개념을 일하는 놀이터로 변모시킨데서 찾는 이도 있다. 구글은 직원이 점심시간을 밖에서 3시간 보내도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고 한다. 이미 구내식당과 호텔식 카페테리아 운영, 아무때나 잠을 자고 휴게실에서도 회의를 하고 심지어 20% time rule 이라고 해서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일과 무관한 일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노드스트롬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틀을 벗어나지만 않으면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우연적 상황을 장려함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발할 수 있는 조직 분위기를 이끌어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프리 페퍼Jeffrey Pepper 스탠퍼드 조직행동학과 교수도 “우수한 구글의 근무환경과 기업문화는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구글의 성공을 자극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 바 있다.

위 기업들로부터 공통적으로 끌어낼 수 있는 점은 우연을 통제하지 않는 조직문화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의 저자는 무질서 속에서 새로운 종류의 질서가 스스로 조직될 수 있다는 점을 흰개미들의 분업화된 사회에서 관찰하였고 이러한 하위계층, 부분에서의 특성이나 행동이 전체에서 갑작스럽게 불쑥 나타는 현상을 ‘창발성 Emergence’라고 소개한 바 있다. 창발성은 국제사회, 지역사회, 기업, 학교, 동호회 등 살아있는 모든 네트워크가 나타낼 수 있는 특이한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창발성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사전 조치에 따라 계획적으로 발현되는 것이 아닌, 우연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뜻하지 않게 출현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웹2.0이 진화를 시작했다

12월 27, 2008

“이번 겨울 방학을 이용해 상하이를 방문하려고 합니다. 예산은 50만원 정도, 자유여행을 이용해 변화하는 상하이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여행계획을 알려주세요.”

이런 나의 요구에 웹을 구성하는 수십, 수백억쪽의 서류와 각종 사이트를 뒤져 인간의 판단력에 비춰 가장 이상적인 답변을 제시하는 검색엔진이 활동하는 시대가 아마 Web3.0 시대가 아닐까 싶다. 최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에서 이른바 ‘웹3.0’시대가 아직 걸음마 단계이긴 하지만 하나하나 서서히 열리고 있다고 전한다.

사실 내가 처음에 상하이 방문을 위한 이상적인 여행계획을 세우기 위해 여기저기 사이트를 방문하면서 정보를 모으고 각 종 여행 관련 자료를 찾지만 상당히 방대한 정보량의 극히 일부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웹3.0 검색엔진이 개발된다면 마치 여행사 직원이 마련한 것과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곁들인 완벽한 여행 계획을 손쉽게 제공받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웹3.0은 무엇인가. 사실 개방, 공유, 참여의 웹2.0 시대가 개막된 것이 불과 몇 년 전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IT업계 뿐만 아니라 언론,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되면서 지금은 우리 사회를 리디자인하는 혁명적인 키워드로 자리잡았다고 생각된다. 웹2.0시대라 하면 블로그나 댓글(tagging), 네트워킹, UCC 그리고 대표적으로 사진 공유사이트 Flickr , Delicio.us, 위키피디아 등과 같은 것들을 활용해 지금의 온라인 세상을 만들어 내고 있고 이것이 물론 오프라인 세상과도 힘차게 연동하면서 발전해나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웹2.0이 진화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웹기술인 이른바 시멘틱웹이 결합된 Web3.0 시대가 서서히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웹3.0을 정의하는 것 자체가 아직은 다소 이른감이 있다.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2006년 5월에 월드 와이드 웹의 발명가 팀 버너스는 다음과 언급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웹3.0이 무엇인지 묻는다. 내 생각엔 사용자가 모든 것이 접혀 있어 애매하게 보이는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벡터 그래픽스의 오버레이를 사용할 때 웹2.0과, 커다란 데이터 공간을 가로지르며 통합되는 시맨틱 웹에 대한 접근에서 사용자는 어마어마한 데이터 자원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2007년 5월, 서울 디지털 포럼에서 구글CEO 에릭 슈미트는 웹 2.0과 웹 3.0에 대해 정의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는 다음과 같이 응답하였다

“웹 2.0은 마케팅 용어이며 나는 여러분이 웹 3.0을 방금 발명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웹 3.0이 무엇인지 추측할 때, 여러분에게 이는 응용 프로그램을 만드는 다른 방식이라고 말하고 싶다. 웹 3.0이 궁극적으로 함께 결합된 응용 프로그램으로 보일 것이라는 것이 나의 추측이다. 수많은 특성이 있다: 응용 프로그램들은 상대적으로 작고 데이터는 그 무리들 안에 있으며 그 응용 프로그램들은 아무 장치나 PC, 휴대 전화를 통해 실행할 수 있다. 응용 프로그램들은 매우 빠르며 사용자 맞춤식으로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변경할 수 있다. 게다가 이러한 응용 프로그램들은 바이러스가 전염되는 것처럼 소셜 네트워크, 전자 우편을 통해 배포된다. 가게에 가서 물건을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컴퓨팅에서 볼 수 있었던 응용 모델과는 매우 다르다.”

정의나 구체적인 웹3.0 에 대해서는 아직도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여러 의견들이 분분하지만 웹3.0을 이끌어갈 대표적인 기술들을 보면 대략 가까운 미래에 펼쳐질 모습을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시멘틱 웹 – 컴퓨터가 정보를 읽어 사람이 요구하는 정보를 처리한다. 즉 가장 이상적인 여행계획을 세워주고 수십억에 달하는 페이지를 분석해서 이상적인 답변을 제공한다.

3D웹(Virtual Web) – 3D를 이용, 가상세계를 방문하거나 외국여행 등이 가능해진다. 이미 세컨드라이프 같은 가상의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데 이것이 좀 더 진화된 형태로 나타날 것 같다.

미디어 중심의 웹  – 키워드가 아닌 미디어 중심으로 검색이 이루어진다. 좋아하는 음악을 검색하면 비슷한 분위기의 노래들이 검색되고, 특정 그림을 검색하면 비슷한 유형의 그림 검색이 가능해진다.

Pervasive Web – 유비쿼터스 웹이라고나 할까, PC, Mobile, 가전기기 심지어 옷이나 책 등 언제 어디에서나 웹이 있는 것을 의미하며 모바일 기기가 실시간 웹상에 접속해 일기예보를 검색하고 이를 알려준다.

Veronika Decides to Die

12월 26, 2008

어느 때보다도 조용했다는 이번 크리스마스에 Veronika Decides to Die[by Paulo Coelho]라는 책과 함께했다. 몇 가지 감명깊었던 구절이 있어..남겨보고자 한다.

“세상은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 있고, 인생은 매순간 그 경이로움을 만나는 모험여행이다.”

“이 세상에 우연히 일어나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다른 사람들이 강요하는 방식이 아니라, 내가 꿈꾸는 대로 내 삶을 살고 싶거든….”

“약간의 지혜롭게 행동하고 일상새왈의 도전에 맞설 수 있다면 밖에서도 얼마든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인간은 죽음의 자각을 통해 더욱 치열한 삶을 살 수 있다”

삶에서 기대했던 모든 것을 마침내 얻게 된 베로니카는 자신의 삶이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결론에 이르고 죽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자살시도에 실패하고 정신병원인 빌레트에서 요양하면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과정을 보여준다.  우울증을 겪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신이상에 빠져들게 된다.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은 인간의 정신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한 요인인데, 세르토닌이 부족하면 집중하고, 먹고, 자고, 삶의 행복한 순간들을 즐기는 능력에 이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 물질이 아예 없으면 인간은 절망, 비관주의, 자신이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느낌, 과도한 피로, 불안, 결단력 결여에 시달리다 결국엔 완전히 무력한 상태, 나아가 자살에 이르는 만성적 우울에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다.

소설 속에서는 죽음의 문턱까지 간  베로니카에게 한 정신과 의사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혹은 만성적 우울증에 빠져든 사람들에게 삶의 자각이라는 해법을 제시한다. 정신질환을 유발시키는 독성물질인 비트리올에 대해 알려진 유일한 처방이 ‘삶의 자각’이라는 것이다. 자살에 실패한 사람은 조만간 다시 자살을 시도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고르 박사는 베로니카가 자살에 실패하자 페노탈이라는 약을 투여해 심장발작 효과를 가장해 심장발작으로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일주일간 베로니카는 죽음을 다시 생각하게 되고 자신의 삶을 돌이켜볼 시간을 갖게 된다. 그 시간동안 병원에서 또 다른 환자를 만나 삶의 의미를 깨닫고 탈출에 성공하게 된다.

이 소설은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것을 아는 것과 자신의 죽음을 실감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말해준다. 언젠가 인간은 죽는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막연한 미래의 일이다. 우리는 죽음을, 달리 말하면 삶의 진가를 잊고 산다. ‘인간은 죽음의 자각을 통해 더욱 치열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의미를 전달해주는 것 같았다.

벤치마킹은 언제나 심프슨의 역설로부터 자유롭지못하다.

12월 26, 2008

컨설턴트 Marshall Goldsmith 는 ‘어떤 행동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성공을, 어떤 행동으로 인해 발생한 성공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 하는 벤치마킹을 경계하라는 말이다.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컨설팅을 수행할 때 흔히들 벤치마킹이라는 것을 한다. 타사 혹은 경쟁업체들이 먼저 뛰어들었던 비즈니스 영역에 대해 사전에 성공과 실패 등에 대한 타당성 검토라든지 시장에 대한 반응 등을 간접적으로도 미리 볼 수 있는 하나의 잣대가 되기도 하는 벤치마킹에 대해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에서는 맹목적인 벤치마킹의 덫에 빠지지 말 것을 얘기하고 있다. 타사가 신규사업에 진출을 시도했던 ‘사건’과 우리가 시도하는 ‘사건’은 엄연히 ‘독립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마치 주사위를 10번 던졌을 때 계속 6이 나왔는데, 11번째도 6이 나올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11번째 일어날 ‘사건’은 여전히 ‘독립적’이다. 벤치마킹 결과를 가지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타사와 고객, 제품, 인력 등의 경영구조가 100% 동일하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보통은 사업구조가 매우 다를 수 밖에 없고, 경영구조 또한 다른데 즉 너무나도 ‘독립적’인데 저 회사가 잘했다고 우리가 잘 할수 있다거나 저 회사가 실패했기 때문에 우리도 시도해봐야 실패할 것이다라는 식의 의사결정은 무리수라는 것이다.

저자는 기업들이 벤치마킹을 버리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3가지를 꼽는다. 

1. 평균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욕구, 즉 평균이라는 ‘전형성’에서 벗어나면 기업 내부에서 가차없는 보복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회사 내부 경영진에게서  ‘다른 회사는 어떤데…’, ‘타사의 사례를 봐라..’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냐?” 라는 말들을 듣기 쉽다는 것이다. 벤치마킹에 대한 집착은 전형성 상실에 대한 두려움, 즉 대세를 따르려는 ‘순응주의’가 인간 심리의 밑바닥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2. 인류가 생존을 위해 ‘다수 선호 사상’을 진화적으로 유전자 내에 각인해 왔기 때문이다. 다수의 힘이 개인보다 강하고, 다수 결정이 항상 옳다는 생각은 소수 부족사회가 맹수 공격, 기후 변화 등의 험난한 환경을 이겨내는 데 효과적인 대응책이었다는 것이다. 이 때의 습성이 유전자를 매개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 벤치마킹은 ‘편리한 희생양’을 제공한다. 신규사업이 실패했다고 치자. 그럼 실패 원인에 대한 희생양 찾기에 나선다. 사업 실패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지 않고 내부에서 찾는 것이 위험에 처한 조직이 보이는 일반적인 위기 대처법이고 조직 결속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Benchmarking 은 남의 장점을 비판적으로 수용해서 나의 발전을 도모하고 하는 경영기법인데, 실제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타사의 것을 무분별하게 모방하는 도구로 잘못 쓰이고 있다. 예전에 수업에서 저가 화장품 시장에 대해 리서치한 적이 있는데 초기에 미샤나 더페이스샵 같은 저가 화장품 업체들이 진출하면서 이 시장도 곧 레드오션으로 바뀌 경우라든지, 어떤 특정 아이템이 뜨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결국엔 성장 정체에 빠져 실패 내지는 망하는 경우를 주변 그리고 길거리의 상권 변화를 보면 어렵지 않게 목격하곤 했다. 벤치마킹을 할 때 겉으로 드러나는 표면적 결과만을 수용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벤치마킹의 덫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심프슨의 패러독스(Simpson’s Paradox)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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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 제품을 생산하는 모회사의 제품별 성과는 전체 시장으로 보면 B보다 A제품의 영업이익률이 높다. 이를 두고 A제품을 주력상품으로 집중 투자해야 할 것이다라고 판단할 수 있다. 정말 그럴까? 전체 시장에서 A, B 제품은 동일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B제품의 전체시장 영업이익률이 낮은 이유는 유럽 시장보다 경쟁이 치열해 이익률이 낮은 북미시장에 A제품보다 더 많이 수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프슨의 역설은 이처럼 부분의 분석 결과와 전체 분석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벤치마킹은 대부분 수박 겉핥기로 끝날 수 있다. 뭉뚱그려진 요약으로 몇 가지 수치로 정작 중요한 내부 사항, 세부 사항을 놓치기 쉽다는 것이고 실제 이런 내부적인 것들은 영업비밀이라 알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벤치마킹은 언제나 심프슨의 역설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 기업을 경영하는 리더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할 대목이다.

시장과 투자에 관한 불편한 진실

12월 22, 2008

작년까지 국내에 펀드투자 열풍..아니 광풍으로까지 번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펀드가입에 동참했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미국발 금융위기를 비롯해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국내 펀드 투자자들은 ‘반토막’이라는 쓰라린 수익률로 가슴을 쓰려 내려야 했다. 지금 전문가들은 펀드에 대해 포트폴리오 조정이니 더 이상의 손실을 막기 위해 환매까지도 권유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겪은 심리적 경험도 펀드를 사고 팔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는 심리적 의사결정 방식에 대해 소개해 보고자 한다.

펀드를 살 때 과거 성과의 대표성을 중시해서 미래에도 이 같은 성과가 나올 것으로 믿어버린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위험조정수익률이나 펀드의 규모, 운용보수 등을 면밀히 따지는 게 아니라 이른바 ‘대표성 휴리스틱(휴리스틱은 종합적이고 전체적인 분석을 통해 의사결정 하기보다 그때그때 쉽게 얻을 수 있는 부분적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게 하는 기능을 말함.)에 의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펀드를 팔 때는 다른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살 때와 마찬가지로 성과가 저조한 펀드를 해지해야 하지만 실제 하위 10%의 저조한 펀드를 해지한 경우는 전체 해지 가구의 15%에 불과, 즉 이익이 난 펀드를 해지하는 확률이 손실 난 펀드를 해지할 가능성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이렇게 이익은 조금이라도 발생했을 때 실현하고, 손실이 난 투자 자산은 길게 보유하려는 비합리적인 경향을 투자성향효과(Disposition Effect)라고 한다. 프레이밍 의 일종이다. 이익과 손실의 크기를 비교하여 리스크를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익과 손실을 서로 다른 기준(프레임)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이익은 조금 보고 손실은 반 토막씩 보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이는 이익은 행여 사라질까 서둘러 챙기고 손실은 끝까지 버텨서 벌충하려는 욕심, 즉 투자성향효과가 그런 비대칭을 만든다는 것이다.  요즘 금융상품 시장에 투자를 했다 여러모로 고민과 불안정한 시장현황 등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기 정말 어렵다고 한다. 이럴 때 위와 같은 심리적 테두리에서 혹시 헤매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source:  ‘탐욕과 공포의 게임'[이용재 지음]

웹지도는 지금 진화 중

12월 20, 2008

지난 학기 웹지도에 대한 관심으로 벤처창업 강의 시간에 벤처창업가상모의훈련에서도 웹지도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를 창업하기도 했었다. 비록 모의훈련이었지만 이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다 보니깐 학기 중에도 국내 포털을 비롯해 웹지도 부분에 대해 언론 등지에서 주요 이슈로 부각되었던 적이 있었고 실제 Web2.0 을 넘어 Where2.0 이라는 개념이 학회나 각 종 컨퍼런스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 달에 다음이 ‘로브 뷰’ ‘스카이 뷰’ 등 미국 구글맵에서 ‘Street View’와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하면서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웹지도 서비스에 대한 경쟁이 시작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KTH 파란도 동영상 지도를 표방한 ‘리얼 스트리트’를 선보이기 시작했고, 네이버나 기타 포탈들도 웹지도 경쟁에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이다. 실제 모의훈련을 하면서 웹지도 서비스에 적용될 기술에 대한 리서치 차원에서 학교 내 위치한 다음커뮤니케이션을 방문했었는데 구체적인 답변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전략적 사안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 때가 본격적인 서비스를 선보이기 2달 전의 일이었다.

그럼 왜 포털들이 지도에 공을 들이느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플랫폼 기반이 PC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에서 찾고 있다.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활용할 때 ‘홍익대 근처에 맛집이 뭐 있는가?’ 보다 직접 ‘그 맛집에 찾아가는 네비게이션으로서의 역할이 혹은 그 정보 요소들’이 더욱 중요하게 될 것이란 것이다. 구글이 괜히 자체적으로 위성까지 쏘아올리고 노키아도 수조원을 들여 세계 1위 전자 지도 업체 나브텍을 인수한 것을 보더라도 앞으로 웹지도 즉 지리적 정보가 갖게 될 중요성을 상상 초월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번에 온라인 지도 관련 리서치와 실제는 아니지만 가상의 관련 회사까지 설립하고 전략 및 운영 기획안을 짜 보면서 보고 느꼈지만 정말 온라인 지도의 진화가 갖는 의미와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실제 파란에서는 유로로 항공사진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오프라인 기반을 온라인으로 연동하면서 전자광고판 같은 웹지도 광고에 대한 새로운 개념과 기술을 일부 선보이고 있고, 윙버스 같은 경우는 사이트 자체를 오픈시켜 블로그 등과 연계하면서 다양한 콘텐츠들이 연계될 수 있도록 하였다. 손경완 다음커뮤니케이션 CPO(최고서비스책임자)가 최근 인터뷰한 내용을 봐서도  “온라인 지도가 모든 인터넷 활동의 기초 무대(플랫폼)가 될 것”이라며 “지도 위에 맛집 정보 등 블로그,카페 등의 콘텐츠를 결합하거나 여행 기록을 담은 나만의 지도 제작도 가능하다”라고 까지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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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분명 웹지도가 한창 진화 중에 있는 것에 틀림 없는 것 같다.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 것인가 자못 궁금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웹지도가 UCC, 영상, 블로그, 카페 등과 연계된다면 정말 다양한 모습들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 포털들이 웹지도 서비스를 통해 업계 순위까지도 뒤짚어 질 정도로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경쟁요소로 부각될 것이라 예상된다.

미국 자본주의 아이콘의 현주소

12월 16, 2008

 

스타벅스    1971년 창립. 커피문화 대중화/에스프레소 대중화 …. 현재 연내 매장 600곳 폐쇄 예정/2004년 주당 60달러 수준이었던 것이 1992년 5월 상장 당일 21달러의 3분의 1수준

베스트바이  1966년 미네소타. 미국 전자 유통업체 1위 …… 매장 수 줄이고 비용절감 나서

GM – 1908년 디트로이트.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 ……. 정부 공적자금에 구제 요청 중

포드 – 1903년 미시간. 세계 최초 자동차 양산, 미국 3대 자동차 회사 ….. 공적자금 요청 중

시티그룹 – 1812년 뉴욕. 세계 최대 은행…….미 재무부에서 250억 달러 공적자금 수혈

월마트 – 1962년 아칸소. 세계 최대 소매점 …………중국 저가품 안정성 문제로 곤혹 월마트=중국산=저가품 인식

미국 자본주의 아이콘이 흔들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러한 상황을 두고 인텔 창업자 앤디 그로브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타이타닉호가 빙산을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하고 있는데 승객들은 서로 등을 두드려주며 희희낙락하고 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이끄는 수리공들이 미국 경제라는 대형 선박을 수리하겠다고 하지만 그 사이 빙산은 이미 객실을 덮쳐 소비심리를 냉각시키고 제조 및 유통까지 미국호의 기관실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쌓아온 브랜드 파워가 침몰하고 말 것인지.. 극적인 탈출에 성공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Confront brutal fact, yet never lose faith.

12월 16, 2008

낙관적인 현실주의자

Stockdale’s Paradox ….

냉혹한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승리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과 냉혹한 현실을 이겨내겠다는 맹세의 이중성…..

결국에는 성공할 거라는 믿을을 잃지 않는 동시에, 눈앞에 닥친 현실 속의 가장 냉혹한 사실들을 직시하는 것…

짐 콜린스가 ‘Good to Great’에서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믿음을 잃지 않은 스톡데일 장군(베트남전 당시 월맹군에 포로로 잡혔다 여러 차례 고문을 당하고 고립된 생활에 놓이지만 결국 수용소에서 풀려나 국민적 영웅이 된다.) 의 자세를 가리켜 ‘스톡데일 패러독스’라고 불렀다고 해서 유명해진 말이다. 포로생활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전쟁이 곧 끝날 거라고 믿은 낙관주의자가 아니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생각해본 결과 전쟁이 금방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안 현실주의자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언젠가 살아 돌아가 부모와 가족 친구의 얼굴을 보게 될 거라고 믿은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면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 그러면서 자신과 미래에 대한 열정과 믿음이 무엇보다 절실할 때인 것 같다.

스타벅스 그리고 그 후

12월 8, 2008

요즘 서울 주요 상권에는 웬만한 커피 브랜드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모습을 보곤 한다. 정말 서울에 커피 전문점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린 스타벅스, 커피빈 ..등의 브랜드와 길거리에 그 브랜드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  강남의 테헤란로에는 웬만한 커피 브랜드들이 진한 승부를 벌이고 있다. 그야말로 ‘커피향’이 진동하는 거리다.  유명 브랜드의 커피전문점을 유치하려는 빌딩간의 경쟁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치열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이들을 통한 ‘집객효과’은 건물홍보에도 그만이기 때문이다.  정말 커피밸리라고 불려도 될 것 같다.

강남역 상권의 스타벅스 등을 방문했을 때 과연 이 점포에서 얼마나 매출이 일어날까? 궁금해했던 적이 있었는데 엄청나게 비싼 임대료를 내고도 버티는거 보면 정말 불황은 남의 이야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속 사정이 어떤지는 모를 일이다.

최근에 친구의 권유로 맥도날드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신적이 있다. 사실 예전에 맥도날드와 스타벅스가 커피 전쟁을 벌인다는 소식을 접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래도 사실 커피는 주로 커피 전문점에서 마셨던 경험이 많은 것 같다. 압구정동 맥드라이브 지점에서 마셨는데 이 곳은 정말 여느 카페 못지 않게 맥도날드 지점 중에서도 인테리어나 공간이 다소 차별화된 곳이기도 했다. 커피 한 잔에 2500원 향도 좋고 맛도 크게 떨어진다는 느낌은 없었다. 사실 맥도날드 입장에선 커피 판매 강화는 ‘양날의 칼’이라고 한다. 커피 판매가 매장 운영을 느리게 만들어 고객 대기 시간을 느릴 수 있고 fast-food를 찾아 방문한 고객에게 프리미엄 커피는 이질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맥도날드는 바리스타가 있는 커피 바를 설치하고 성장세가 약해진 스타벅스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고 한다. 맥도날드 주가가 작년 31% 상승하면서 커피전쟁 1라운드는 맥도날드의 판정승이란 평가가 다분하다. 국내에는 프리미엄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요즘 같은 변화 속에서 스타벅스를 비롯한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싶다.

위기 극복의 힘은 내부에서 나온다

12월 3, 2008

삼성전자 윤종용 고문이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강연에서 ‘윤종용식 경영’의 첫 번째 요소로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역사인식, 리더십, 인재육성, 국제 감각 등을 5대 경영 비법으로 꼽았다. 위기의식에 대해선 말로만 외치는 것보다 직원과 더불어 그런 위기의식이 공유되어 한다고 얘기한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죽을 힘을 다해 달리고 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세계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단번에 시장을 압도할 혁신적인 첨단 기술 그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 위기는 개인에게도 조직이나 회사, 국가들도 충분히 아니 오히려 필수적으로 맞는다. 하지만 ‘100년 기업의 조건'(케빈 케네디)에서는 진짜 위기 극복의 힘을 내부에서 찾는다. 즉 진짜 위기는 환율이나 유가 같은 외부 요인보다 지속적인 혁신의 실패나 학습 역량의 상실 같은 내부 요인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도요타의 경우 우리가 사실 생산성 향상이나 JIT 시스템 등의 관점에서 조명해 보는데 이에 못지 않게 체질화된 전 직원의 위기감 극복 노력이 주요했다라는 분석이다. 도요타가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육성 제도를 갖췄다고 평가받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생산성 부분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과 혁신 뿐 아니라 학습역량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과 집중이 위기 극복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