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ss-over, hybrid, fusion, convergence, transformers, mixed, consilience ..
이 단어들 속에서 읽을 수 있는 변화는 경계를 넘어서 보려는 의지가 들어있는 단어들이라는 점이다. 다기능, 융합, 섞임, 뛰어넘기, 이종결합 등 모든 분야에서 거침없이 쓰이고, 철학과 시가 만나고 사물놀이가 랩과 댄스와 어울리고, 미디어아트공학이라는 생소한 학문이 생기고 이종 격투기가 유행이고…
죽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해박한 지식이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다. 수학, 물리, 해부, 지리, 토목, 천문, 식물, 미술에 이르기까지 아우르지 않는 것이 없는 르네상스 지식인들이 지식인으로 대접받으려면 경계 없는 학문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던 것처럼 지금, 사회도 다시금 르네상스 인간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일까?..
최건수 저자의 ‘사진읽는 CEO‘에서는 이럴 시대에 필요한 것이 ‘비빔밥식 사고’라고 얘기한다. 폭넓은 사고와 뛰어난 적응력을 가진 사람으로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융합할 수 있는 ‘디지로그형‘ 인간으로 운영체제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얘기한다. 즉 어떤 사람은 디지털 시대에 필카(필름 카메라)를 쓰고 있다고 자랑하지만 현상까지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하더라도 필름을 스캔 받고, 디지털로 인화하는 디지로그 방식이 바로 그것이라는 것이다.
예전에 한창 ‘T자형 인재‘가 주목받을 때는 한 가지 분야에 대한 전문성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통합적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기업들에서 선호하는 인재유형이었던 적이 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최근엔 ‘파이(∏)형 인재‘까지 나오는 것 같다. 이제는 한 분야만 해서는 안되고 두 가지 분야에서는 전문가적 깊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요즘은 70대 노인도 노인정에서 커피심부름을 해야 하는 ‘막내’라고 한다. 다니던 직장을 나와도 인생 2모작, 3모작에 대한 선택 아닌 필수가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