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턴트 Marshall Goldsmith 는 ‘어떤 행동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성공을, 어떤 행동으로 인해 발생한 성공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 하는 벤치마킹을 경계하라는 말이다.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컨설팅을 수행할 때 흔히들 벤치마킹이라는 것을 한다. 타사 혹은 경쟁업체들이 먼저 뛰어들었던 비즈니스 영역에 대해 사전에 성공과 실패 등에 대한 타당성 검토라든지 시장에 대한 반응 등을 간접적으로도 미리 볼 수 있는 하나의 잣대가 되기도 하는 벤치마킹에 대해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에서는 맹목적인 벤치마킹의 덫에 빠지지 말 것을 얘기하고 있다. 타사가 신규사업에 진출을 시도했던 ‘사건’과 우리가 시도하는 ‘사건’은 엄연히 ‘독립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마치 주사위를 10번 던졌을 때 계속 6이 나왔는데, 11번째도 6이 나올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11번째 일어날 ‘사건’은 여전히 ‘독립적’이다. 벤치마킹 결과를 가지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타사와 고객, 제품, 인력 등의 경영구조가 100% 동일하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보통은 사업구조가 매우 다를 수 밖에 없고, 경영구조 또한 다른데 즉 너무나도 ‘독립적’인데 저 회사가 잘했다고 우리가 잘 할수 있다거나 저 회사가 실패했기 때문에 우리도 시도해봐야 실패할 것이다라는 식의 의사결정은 무리수라는 것이다.
저자는 기업들이 벤치마킹을 버리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3가지를 꼽는다.
1. 평균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욕구, 즉 평균이라는 ‘전형성’에서 벗어나면 기업 내부에서 가차없는 보복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회사 내부 경영진에게서 ‘다른 회사는 어떤데…’, ‘타사의 사례를 봐라..’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냐?” 라는 말들을 듣기 쉽다는 것이다. 벤치마킹에 대한 집착은 전형성 상실에 대한 두려움, 즉 대세를 따르려는 ‘순응주의’가 인간 심리의 밑바닥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2. 인류가 생존을 위해 ‘다수 선호 사상’을 진화적으로 유전자 내에 각인해 왔기 때문이다. 다수의 힘이 개인보다 강하고, 다수 결정이 항상 옳다는 생각은 소수 부족사회가 맹수 공격, 기후 변화 등의 험난한 환경을 이겨내는 데 효과적인 대응책이었다는 것이다. 이 때의 습성이 유전자를 매개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 벤치마킹은 ‘편리한 희생양’을 제공한다. 신규사업이 실패했다고 치자. 그럼 실패 원인에 대한 희생양 찾기에 나선다. 사업 실패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지 않고 내부에서 찾는 것이 위험에 처한 조직이 보이는 일반적인 위기 대처법이고 조직 결속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Benchmarking 은 남의 장점을 비판적으로 수용해서 나의 발전을 도모하고 하는 경영기법인데, 실제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타사의 것을 무분별하게 모방하는 도구로 잘못 쓰이고 있다. 예전에 수업에서 저가 화장품 시장에 대해 리서치한 적이 있는데 초기에 미샤나 더페이스샵 같은 저가 화장품 업체들이 진출하면서 이 시장도 곧 레드오션으로 바뀌 경우라든지, 어떤 특정 아이템이 뜨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결국엔 성장 정체에 빠져 실패 내지는 망하는 경우를 주변 그리고 길거리의 상권 변화를 보면 어렵지 않게 목격하곤 했다. 벤치마킹을 할 때 겉으로 드러나는 표면적 결과만을 수용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벤치마킹의 덫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심프슨의 패러독스(Simpson’s Paradox)가 있다.
두 개 제품을 생산하는 모회사의 제품별 성과는 전체 시장으로 보면 B보다 A제품의 영업이익률이 높다. 이를 두고 A제품을 주력상품으로 집중 투자해야 할 것이다라고 판단할 수 있다. 정말 그럴까? 전체 시장에서 A, B 제품은 동일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B제품의 전체시장 영업이익률이 낮은 이유는 유럽 시장보다 경쟁이 치열해 이익률이 낮은 북미시장에 A제품보다 더 많이 수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프슨의 역설은 이처럼 부분의 분석 결과와 전체 분석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벤치마킹은 대부분 수박 겉핥기로 끝날 수 있다. 뭉뚱그려진 요약으로 몇 가지 수치로 정작 중요한 내부 사항, 세부 사항을 놓치기 쉽다는 것이고 실제 이런 내부적인 것들은 영업비밀이라 알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벤치마킹은 언제나 심프슨의 역설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 기업을 경영하는 리더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할 대목이다.